
자신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신다면 ?
후디니를 20여년 넘게 쓰고 있는 VFX 맨입니다 . 한국 CG의 초창기에서부터 지금까지 현장에 남아있는 화석같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여러 회사의 VFX 슈퍼바이저를 하다, 지금은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교육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후디니를 사용하신다고 했는데, 오랜 기간동안 후디니라는 소프트웨어를 고집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처음 CG를 배우고 일본의 포스트프로덕션에 들어갔을 때 그 회사의 메인툴이 후디니의 전신인 프리즘이란 소프트웨어였습니다. 프리즘도 역시 SIDEFX란 캐나다회사에서 만든 그때까지의 3D 툴과는 완전 다른 개념을 가진 툴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CG를 공부할 때는 이런 상업적인툴 없이 이론과 그 이론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을 쭉 해왔기에 그 당시의 익스플로러나 소프트이미지 또는 알리아스와는 달리 훨씬 논리적인 구조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익숙했었기에 편하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궁합이 맞았다고 해야겠죠. 당시에는 한참 배움의 욕구가 한껏 높았던 때라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요번엔 어떤 식으로 작업구조를 만들까 하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 같아 재미있게 프리즘이란 툴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한국엔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고 그리고 헐리웃에서도 그리 프리즘의 유저층이 많지 않았습니다. 논리적인 구조이긴 하지만 그 당시로선 CG를 하는 유저입장에선 마우스로 포인트를 잡아끌고 면과 면을 이어붙이고 하는 직관적인 주류의 일반 툴과는 패러다임이 완전 다른 이질적인 구조의 툴이었기에 진입장벽이 높았었습니다.
또 프리즘이란 소프트는 한 개의 뷰포트와 메뉴버튼이 끝없이 있어 처음 접하는 유저에겐 “뭐냐 이거?” 하는 극악의 UI 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편했지만 말이죠. 그래서 SIDEFX사는 논리적인구조를 좀 더 알기 쉽게 하기위해 노드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였고 프리즘의 유저인터페이스를 완전히 100% 바꿔버립니다. 그렇게 나온 프로그램이 후디니입니다. 그후 이 노드구조를 여러 다른 프로그램들도 채용하게 됩니다만 그중 몇몇은 직관적인 프로그램에 노드처럼 보이는 UI만 살짝 입혀놓은 것도 많습니다. ^^; 어쨌거나 그렇게 일본포스트에서 일하던 중 한국의 비손텍이란 회사에서 앞으로 나올 후디니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저에게 제안이 왔었고 일본생활을 접고 프리즘을 들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오랜 기간 사용해온 툴이라 익숙한 것도 있지만 만약 이 툴의 한계를 느꼈었다면 다른 소프트를 생각도 해봤을 테지만 후디니의 제작사인 SIDEFX사는 그 모자람을 유저가 느끼는 것 보다 앞서서 고치고 새로운 개념들을 도입하여 왔기 때문에 만족도 높은 후디니를 놓고 다른 소프트로 외도를 해볼 생각이 전혀 없이 써왔습니다.
Houdini 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Houdini 의 장점을 설명 해주세요.
후디니의 장점은 논리적인 패러다임에서 나옵니다. 논리적인 프로세스는 직관적인 프로세스에 비해 작업을 처음 BUILD할 때 까지는 조금 느릴 수 있지만 한번 세팅해 놓으면 그후 리테이크에 대응하는 속도는 월등하게 빨라집니다. CG작업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너무나 짧기만 한 데드라인에 한없이 쏟아지는 리테이크 요청입니다. 이 같은 현장에서의 급박한 요구사항을 다른 소프트의 직관적인 툴과는 달리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후디니 장점 중 제일 첫 번째입니다. 그 다음은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 될것같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후디니는 로우레벨에 가까운 소프트웨어입니다. 로우레벨이란것이 저급이란 뜻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제어가 가능하단 말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CG툴들은 많은 부분들이 블랙박스처럼 꽁꽁 감싸여있어서 정해진 범위안의 이펙트 외에는 만들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이것을 canned FX 즉 깡통에 들어있는 FX라고들 합니다. 깡통처럼 따기만 하면 정해진 이펙트가 짠하고 나타나 쉽게 만들 수 있긴 하지만 그 이펙트를 작업자의 의도대로 고치긴 너무 어렵죠) 하지만 후디니는 아주 깊은 부분까지 제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하는 이펙트를 유연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흔히 후디니 유저들은 말합니다. “후디니에는 한계가 없다 있다면 사람의 능력의 한계뿐....”
많은 분들이 VFX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이 분야에 몸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 다닐때는 펀치카드로 입력을 하던 정말 책에서만 나오던 시절에 컴퓨터를 접했습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죠. 그리고 조금 있다 키보드 흑백모니터가 나오고 좀 있어 4색짜리 컬러모니터가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 외국 잡지를 보니까 컴퓨터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해서 무척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군대 제대 후 항공사에 들어갔지만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싶어 1년만에 퇴사하고 대학 때 얼핏 관심을 가졌던 CG를 해보겠다고 알아 봤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에선 변변히 배울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대학원 과정으로 CG의 기초이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래 CG기초라는게 완전 수학 덩어리입니다. 그걸 하면서 뭔가 내가 하려는 CG와는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하여 교수님께 부탁을 해서 당시 방송국 CG를 만들던 포스트에 들어가서 상업 CG업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때 접한 소프트가 저랑 궁합도 잘 맞는 프리즘(후디니전신)이었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깨지고, 터지고, 녹이는 작업을 위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엔 CG가 가장 많이 쓰였던 CF작업을 했고 그 후 영화에서 CG를 쓰게 되자 영화 VFX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영화 작업들을 많이 하셨는데, 현재 영화에서 Houdini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영화에서 요구하는 VFX효과는 다시 여러 분야로 세분화 될 수 있는데 디지털캐릭터, 디지털세트 등의 작업은 모델링이 강한 마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는 달리 폭파, 불꽃, 눈, 파도 등의 자연현상이나 비정형적인 비주얼을 표현하는등의 원래 의미의 VFX작업에는 후디니가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Houdini를 배운다면 어떤 곳들에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VFX분야는 여러 곳에서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영화나 CF뿐아니라 게임이나 모션그래픽에서도 후디니를 알고 활용을 할 수 있다면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하게 진출하려는 분들에게는 해외에서도 VFX인원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그리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후디니 유저라는 것이 좋은 무기가 될 것입니다. 후디니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나 제품모델링도 할 수는 있지만 이쪽에는 훨씬 편하고 좋은 툴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툴의 한계에 고민하신다고, 후디니를 배워보시면 그 해결책이 손에 들어올 것 입니다.
VFX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VFX작업능력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항상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자기혼자만의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면 VFX작업자들 거의 대부분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결과물을 만드는 공동작업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는데 다른 CG작업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한일이지만 특히나 중요한건 VFX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와의 (대개의 경우 감독이 되겠고 아니면 회사내의 슈퍼바이져 )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중요합니다. VFX란 것이 실재 카메라로 찍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고 싶어 할 때 찾는 분야입니다. 아무도 본적이 없는 심지어 감독도 머릿속으로만 막연히 생각하는 그것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내야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머릿속으로 들어가서라도 요구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아내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안될 때 서로 뭘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빙빙 돌다가 눈으로 몇 번의 확인을 하며 고쳐나가는 끝없는 리테이크의 지옥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지문에 “눈이 내린다.”라고 나온다면 단순히 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 눈이 어떤 상태의 눈인지 기온은 별로 안 추운지 아주 추운지 바람은 어떻게 불지 그 장면에서 눈이 가지는 감독의 의도를 신중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방요새의 아주 극한의 추위에서 날리는 눈과 크리스마스 밤에 연인과 바라보는 눈과는 많이 다른 것처럼 원하는 표현을 알아낸 후에야 작업을 들어 가야합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대화도 끊고 마우스만 굴려서는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람이란게 자신의 경험 안에서 생각하는 존재라 경험의 폭을 넓히지 못한다면 항상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것은 작업에 있어 밤새 힘들게 일했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못 만들어내는 사태를 만들게 됩니다. 감독마다 원하는 하얀색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될 때 진정한 VFX작업자로서 한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모션그래퍼 등,,,, 멘토가 될만한 분들을 소개해주신다면?
분야에서 존경하는 사람은 조지 루카스입니다. 생각하는 것을 표현해 내기위해 필요한 모든 인재와 자원들을 끌어모아 VFX라는 분야를 처음 제대로 세상에 펼쳐 냈다는 점에서 스티븐 잡스에 버금가는 인물이라 생각되어 이 분야에 들어오면서부터 항상 존경하고 동경해왔습니다. 그분은 얼마전 ILM을 디즈니에 매각하고 아직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고.. 영화감독으로는 리들리 스콧 감독. 이 양반의 비주얼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폭넓은 분야의 영화들을 탁월한 비주얼로 뽑아내고 있는걸 보면 존경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76살인데 올해 개봉한 프로메테우스란 영화를 보면 비주얼엔 나이가 한계로 작용하진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하간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권해주실 만한 책이나 소개해 주실만한 책이 있다면?
전 문자중독이라 책을 워낙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 그중에서 요즘 들어 끝을 낸 책이라면 레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란
만화책입니다 ^^ 내용이 워낙 방대해(전체 5권) 만화책이라고 만만하게 읽긴 쉽지 않지만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보다는 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두고두고 읽고 있습니다. 그전에 읽은 책은 미국의 SF소설가 필립 K. 딕의 장편소설인 “유빅”이란 책입니다. 리들리 스콧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런너”의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저자인 딕의 장편인데 끝까지 읽어보면 놀랍습니다.
인셉션보다 심한 반전이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아마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하려고 눈독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즐겨찾기에 등록한,,,, 소개해주실 만한 Site가 있다면 5개만 소개 해주세요 .
후디니 유저라면 당연히 사이드이펙트사의 http://www.sidefx.com 와 후디니 유저모임인 http://www.odforce.net 를 추천하고요, 간간히 최신경향의 CG기술들을 볼 수 있어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이트인 http://www.disneyanimation.com 도 방문하곤 합니다.
내용을 전부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최신 기술적 CG트랜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가 보시면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VFX 업계의 최신소식을 알기엔http://vfxsoldier.wordpress.com 사이트도 추천 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사이트이지만 http://www.vimeo.com 은 VFX에 있어서 항상 중요한 참고가 되는 사이트입니다.
어떤 것이 본인을 행복하게 만들고, 본인을 불행하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이 너무 어렵네요. 역설적인 말장난 같지만 전 행복이란 걸 생각안하고 다른 뭔가에 집중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같고 거꾸로 시간이 남아 행복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현재상태가 불만족스러워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지만 “불행은 현재형이고 행복은 과거형이다 ” 라는 정 의가 공감이 갑니다. 현재는? 지금 이 순간에 그저 뭔가에 열심히 집중하면 시간이 흘러 행복한 시간들의 추억이 가득 쌓이게 되겠죠. 그게 사랑이든 일이든 노는것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집중하다보면 불행하다고 생각을 안 하겠죠.
자신을 발전 시키기 위해 현재 공부하고 있는게 있다면 몇 가지만 소개 해주셔요.
솔직히 없습니다. 그저 닥치는대로 독서? 영화감상? 세상공부하기?
자신이 작업한 주요 프로젝트를 설명 해주세요 .
- 영화
백사대전, 포비든킹덤, 유감도, 김기덕감독의 숨, 중천, 천년호, 화산고, 로스트메모리즈 2009, 지구를지켜라,재밌는영화,정글주스,일단뛰어, YMCA야구단 크리스 마스에 눈이 내리면, 내마음의 풍금, 이재수의 난 귀천도, 표류일기 등
- 게임 무비(realtime Movie)
일본 마이크로 소프트 의 XBOX360용 게임 Nighty Nine Nights의 게임이벤트무비 네이비 필드 2 Trailer 영상
- TV CF
삼성전자,엘지전자,대우전자 및 음료광고 ,화장품등 300여편 (대표작: 애니콜, 포카리스웨트, 쇼킹면, 국민은행, 허기스 등)
- 애니메이션, 기타
일본 SONY 입체관 3D工房의 "자연은 살아있다" CG부문,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입체영상단편영화 “infection”용 CG작업 뽀로로 입체영상, 코코몽 외...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Creative 관심분야를 생각나는대로 적어주셔요.
별로 없지만 굳이 꼽자면 게임개발, APP개발, 영화제작 정도인 듯.
마지막으로 VFX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든 관심 있으면 도전해 보는 게 맞겠죠. 튼튼한 기초위에 높은 집을 짓듯 도전에 성공하려면 기초를 확실히 다져놓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상을 벗어나는 것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분야가 VFX입니다. 상상을 넘는 그 뭘 만들어내기 위해선 많은 것을 활용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항상 주변 여러 현상을 눈여겨보고, 새로운 업계의 트랜드도 빠트리지 말고, 만화나 책 같은 것을 통해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 평소에 내안에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이 같은 갑작스럽고 황당한 VFX요구 사항들을 해결 할 수 있는 훌륭한 VFX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후디니를 20여년 넘게 쓰고 있는 VFX 맨입니다 . 한국 CG의 초창기에서부터 지금까지 현장에 남아있는 화석같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여러 회사의 VFX 슈퍼바이저를 하다, 지금은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교육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CG를 배우고 일본의 포스트프로덕션에 들어갔을 때 그 회사의 메인툴이 후디니의 전신인 프리즘이란 소프트웨어였습니다. 프리즘도 역시 SIDEFX란 캐나다회사에서 만든 그때까지의 3D 툴과는 완전 다른 개념을 가진 툴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CG를 공부할 때는 이런 상업적인툴 없이 이론과 그 이론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을 쭉 해왔기에 그 당시의 익스플로러나 소프트이미지 또는 알리아스와는 달리 훨씬 논리적인 구조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익숙했었기에 편하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궁합이 맞았다고 해야겠죠. 당시에는 한참 배움의 욕구가 한껏 높았던 때라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요번엔 어떤 식으로 작업구조를 만들까 하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 같아 재미있게 프리즘이란 툴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한국엔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고 그리고 헐리웃에서도 그리 프리즘의 유저층이 많지 않았습니다. 논리적인 구조이긴 하지만 그 당시로선 CG를 하는 유저입장에선 마우스로 포인트를 잡아끌고 면과 면을 이어붙이고 하는 직관적인 주류의 일반 툴과는 패러다임이 완전 다른 이질적인 구조의 툴이었기에 진입장벽이 높았었습니다.
또 프리즘이란 소프트는 한 개의 뷰포트와 메뉴버튼이 끝없이 있어 처음 접하는 유저에겐 “뭐냐 이거?” 하는 극악의 UI 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편했지만 말이죠. 그래서 SIDEFX사는 논리적인구조를 좀 더 알기 쉽게 하기위해 노드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였고 프리즘의 유저인터페이스를 완전히 100% 바꿔버립니다. 그렇게 나온 프로그램이 후디니입니다. 그후 이 노드구조를 여러 다른 프로그램들도 채용하게 됩니다만 그중 몇몇은 직관적인 프로그램에 노드처럼 보이는 UI만 살짝 입혀놓은 것도 많습니다. ^^; 어쨌거나 그렇게 일본포스트에서 일하던 중 한국의 비손텍이란 회사에서 앞으로 나올 후디니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저에게 제안이 왔었고 일본생활을 접고 프리즘을 들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오랜 기간 사용해온 툴이라 익숙한 것도 있지만 만약 이 툴의 한계를 느꼈었다면 다른 소프트를 생각도 해봤을 테지만 후디니의 제작사인 SIDEFX사는 그 모자람을 유저가 느끼는 것 보다 앞서서 고치고 새로운 개념들을 도입하여 왔기 때문에 만족도 높은 후디니를 놓고 다른 소프트로 외도를 해볼 생각이 전혀 없이 써왔습니다.
후디니의 장점은 논리적인 패러다임에서 나옵니다. 논리적인 프로세스는 직관적인 프로세스에 비해 작업을 처음 BUILD할 때 까지는 조금 느릴 수 있지만 한번 세팅해 놓으면 그후 리테이크에 대응하는 속도는 월등하게 빨라집니다. CG작업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너무나 짧기만 한 데드라인에 한없이 쏟아지는 리테이크 요청입니다. 이 같은 현장에서의 급박한 요구사항을 다른 소프트의 직관적인 툴과는 달리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후디니 장점 중 제일 첫 번째입니다. 그 다음은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 될것같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후디니는 로우레벨에 가까운 소프트웨어입니다. 로우레벨이란것이 저급이란 뜻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제어가 가능하단 말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CG툴들은 많은 부분들이 블랙박스처럼 꽁꽁 감싸여있어서 정해진 범위안의 이펙트 외에는 만들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이것을 canned FX 즉 깡통에 들어있는 FX라고들 합니다. 깡통처럼 따기만 하면 정해진 이펙트가 짠하고 나타나 쉽게 만들 수 있긴 하지만 그 이펙트를 작업자의 의도대로 고치긴 너무 어렵죠) 하지만 후디니는 아주 깊은 부분까지 제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하는 이펙트를 유연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흔히 후디니 유저들은 말합니다. “후디니에는 한계가 없다 있다면 사람의 능력의 한계뿐....”
제가 대학 다닐때는 펀치카드로 입력을 하던 정말 책에서만 나오던 시절에 컴퓨터를 접했습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죠. 그리고 조금 있다 키보드 흑백모니터가 나오고 좀 있어 4색짜리 컬러모니터가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 외국 잡지를 보니까 컴퓨터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해서 무척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군대 제대 후 항공사에 들어갔지만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싶어 1년만에 퇴사하고 대학 때 얼핏 관심을 가졌던 CG를 해보겠다고 알아 봤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에선 변변히 배울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대학원 과정으로 CG의 기초이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래 CG기초라는게 완전 수학 덩어리입니다. 그걸 하면서 뭔가 내가 하려는 CG와는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하여 교수님께 부탁을 해서 당시 방송국 CG를 만들던 포스트에 들어가서 상업 CG업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때 접한 소프트가 저랑 궁합도 잘 맞는 프리즘(후디니전신)이었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깨지고, 터지고, 녹이는 작업을 위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엔 CG가 가장 많이 쓰였던 CF작업을 했고 그 후 영화에서 CG를 쓰게 되자 영화 VFX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요구하는 VFX효과는 다시 여러 분야로 세분화 될 수 있는데 디지털캐릭터, 디지털세트 등의 작업은 모델링이 강한 마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는 달리 폭파, 불꽃, 눈, 파도 등의 자연현상이나 비정형적인 비주얼을 표현하는등의 원래 의미의 VFX작업에는 후디니가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VFX분야는 여러 곳에서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영화나 CF뿐아니라 게임이나 모션그래픽에서도 후디니를 알고 활용을 할 수 있다면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하게 진출하려는 분들에게는 해외에서도 VFX인원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그리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후디니 유저라는 것이 좋은 무기가 될 것입니다. 후디니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나 제품모델링도 할 수는 있지만 이쪽에는 훨씬 편하고 좋은 툴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툴의 한계에 고민하신다고, 후디니를 배워보시면 그 해결책이 손에 들어올 것 입니다.
VFX작업능력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항상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자기혼자만의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면 VFX작업자들 거의 대부분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결과물을 만드는 공동작업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는데 다른 CG작업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한일이지만 특히나 중요한건 VFX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와의 (대개의 경우 감독이 되겠고 아니면 회사내의 슈퍼바이져 )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중요합니다. VFX란 것이 실재 카메라로 찍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고 싶어 할 때 찾는 분야입니다. 아무도 본적이 없는 심지어 감독도 머릿속으로만 막연히 생각하는 그것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내야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머릿속으로 들어가서라도 요구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아내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안될 때 서로 뭘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빙빙 돌다가 눈으로 몇 번의 확인을 하며 고쳐나가는 끝없는 리테이크의 지옥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지문에 “눈이 내린다.”라고 나온다면 단순히 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 눈이 어떤 상태의 눈인지 기온은 별로 안 추운지 아주 추운지 바람은 어떻게 불지 그 장면에서 눈이 가지는 감독의 의도를 신중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방요새의 아주 극한의 추위에서 날리는 눈과 크리스마스 밤에 연인과 바라보는 눈과는 많이 다른 것처럼 원하는 표현을 알아낸 후에야 작업을 들어 가야합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대화도 끊고 마우스만 굴려서는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람이란게 자신의 경험 안에서 생각하는 존재라 경험의 폭을 넓히지 못한다면 항상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것은 작업에 있어 밤새 힘들게 일했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못 만들어내는 사태를 만들게 됩니다. 감독마다 원하는 하얀색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될 때 진정한 VFX작업자로서 한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분야에서 존경하는 사람은 조지 루카스입니다. 생각하는 것을 표현해 내기위해 필요한 모든 인재와 자원들을 끌어모아 VFX라는 분야를 처음 제대로 세상에 펼쳐 냈다는 점에서 스티븐 잡스에 버금가는 인물이라 생각되어 이 분야에 들어오면서부터 항상 존경하고 동경해왔습니다. 그분은 얼마전 ILM을 디즈니에 매각하고 아직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고.. 영화감독으로는 리들리 스콧 감독. 이 양반의 비주얼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폭넓은 분야의 영화들을 탁월한 비주얼로 뽑아내고 있는걸 보면 존경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76살인데 올해 개봉한 프로메테우스란 영화를 보면 비주얼엔 나이가 한계로 작용하진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하간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전 문자중독이라 책을 워낙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 그중에서 요즘 들어 끝을 낸 책이라면 레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란
만화책입니다 ^^ 내용이 워낙 방대해(전체 5권) 만화책이라고 만만하게 읽긴 쉽지 않지만 학교에서 배워온 역사보다는 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두고두고 읽고 있습니다. 그전에 읽은 책은 미국의 SF소설가 필립 K. 딕의 장편소설인 “유빅”이란 책입니다. 리들리 스콧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런너”의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저자인 딕의 장편인데 끝까지 읽어보면 놀랍습니다.
인셉션보다 심한 반전이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아마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하려고 눈독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디니 유저라면 당연히 사이드이펙트사의 http://www.sidefx.com 와 후디니 유저모임인 http://www.odforce.net 를 추천하고요, 간간히 최신경향의 CG기술들을 볼 수 있어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이트인 http://www.disneyanimation.com 도 방문하곤 합니다.
내용을 전부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최신 기술적 CG트랜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가 보시면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VFX 업계의 최신소식을 알기엔http://vfxsoldier.wordpress.com 사이트도 추천 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사이트이지만 http://www.vimeo.com 은 VFX에 있어서 항상 중요한 참고가 되는 사이트입니다.
질문이 너무 어렵네요. 역설적인 말장난 같지만 전 행복이란 걸 생각안하고 다른 뭔가에 집중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같고 거꾸로 시간이 남아 행복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현재상태가 불만족스러워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지만 “불행은 현재형이고 행복은 과거형이다 ” 라는 정 의가 공감이 갑니다. 현재는? 지금 이 순간에 그저 뭔가에 열심히 집중하면 시간이 흘러 행복한 시간들의 추억이 가득 쌓이게 되겠죠. 그게 사랑이든 일이든 노는것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집중하다보면 불행하다고 생각을 안 하겠죠.
솔직히 없습니다. 그저 닥치는대로 독서? 영화감상? 세상공부하기?
- 영화
백사대전, 포비든킹덤, 유감도, 김기덕감독의 숨, 중천, 천년호, 화산고, 로스트메모리즈 2009, 지구를지켜라,재밌는영화,정글주스,일단뛰어, YMCA야구단 크리스 마스에 눈이 내리면, 내마음의 풍금, 이재수의 난 귀천도, 표류일기 등
- 게임 무비(realtime Movie)
일본 마이크로 소프트 의 XBOX360용 게임 Nighty Nine Nights의 게임이벤트무비 네이비 필드 2 Trailer 영상
- TV CF
삼성전자,엘지전자,대우전자 및 음료광고 ,화장품등 300여편 (대표작: 애니콜, 포카리스웨트, 쇼킹면, 국민은행, 허기스 등)
- 애니메이션, 기타
일본 SONY 입체관 3D工房의 "자연은 살아있다" CG부문,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입체영상단편영화 “infection”용 CG작업 뽀로로 입체영상, 코코몽 외...
별로 없지만 굳이 꼽자면 게임개발, APP개발, 영화제작 정도인 듯.
무엇이든 관심 있으면 도전해 보는 게 맞겠죠. 튼튼한 기초위에 높은 집을 짓듯 도전에 성공하려면 기초를 확실히 다져놓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상을 벗어나는 것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분야가 VFX입니다. 상상을 넘는 그 뭘 만들어내기 위해선 많은 것을 활용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항상 주변 여러 현상을 눈여겨보고, 새로운 업계의 트랜드도 빠트리지 말고, 만화나 책 같은 것을 통해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 평소에 내안에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이 같은 갑작스럽고 황당한 VFX요구 사항들을 해결 할 수 있는 훌륭한 VFX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